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추앙받던 전기차(EV) 시장에 최근 들어 급격한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동시에 한물갔다 평가받던 내연기관차(ICE)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놀라운 효율성을 무기로 맹렬히 시장을 역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를 기술적, 인프라적 관점에서 해부하고, 특히 독일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벤츠 vs. BMW)를 통해 동력 시스템 개발 철학의 승패를 조명합니다.
목 차
1. 전기차 판매 부진, 성장의 발목을 잡는 3가지 현실
수년 전부터 일각에서는 성급한 전기차 전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으며, 현재 그 현실적 문제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1) 전력 인프라 및 공급의 근본적 한계
전기차 한 대를 완충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일반 가정집 7가구의 전체 사용량에 육박합니다. 만약 전체 차량의 70~80%가 전기차로 전환되어 수천만 대의 차량이 동시에 충전을 시도할 경우, 국가적인 발전소 및 배전 인프라 시스템은 이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 판매 부진에는 이와 같이 단순히 충전소 개수를 늘리는 문제를 넘어, 국가 에너지 관리 차원에서 해결 불가능한 구조적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2) 배터리 기술의 미완성
현재 주력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전히 안전성(화재 위험)과 효율성(에너지 밀도) 측면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에너지 밀도가 30~40% 이상 개선되어야 하며, 화재 위험은 획기적으로 낮아져야 합니다.
또한, 전기차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1단 감속기 시스템을 넘어 다단 변속기를 적용하여 주행 환경에 따른 최적의 효율을 확보해야 하는 기술적 진화가 필수적입니다.
3) 환경 문제와 희귀 자원 독점
친환경을 내세웠던 전기차가 오히려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코발트, 리튬 등 희귀 물질을 가공하며 발생하는 1차적인 환경 오염 문제를 야기하였으며 이는 전기차 판매 부진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이 희귀 물질들의 생산과 공급을 특정 국가(중국)가 독점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것도 기업들이 전기차에 집중하는 것을 꺼리는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2. 내연기관의 2세대 혁명: 하이브리드와 전력화 기술의 역습
내연기관 제조사들은 환경 규제와 EV의 위협 속에서 지난 100년간 쌓아온 기술 노하우를 폭발적으로 응집시키며 EV에 대항할 만한 효율성과 성능을 확보하여 전기차 판매 부진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1) 전압 시스템의 도약과 MHEV의 진화
전통적으로 12V를 사용하던 내연차 시스템은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가 등장하며 48V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들은 낮은 전압을 높은 전압으로, 높은 전압을 다시 낮은 전압으로 변환하는 인버팅/컨버팅 기술을 완벽하게 숙달했습니다. 이 전기 제어 노하우를 내연기관에 접목시키면서 다음과 같은 혁신이 가능해졌습니다.
- 2세대 MHEV의 완성: 기존에 엔진 힘을 빼앗던 벨트 구동식 발전기(알터네이터)와 무거운 12V 배터리를 제거했습니다. 48V 고전압 배터리와 모터를 미션 내부에 통합하고, 워터 펌프, 에어컨 컴프레서 등 주요 부품을 모두 전기로 구동하는 ‘벨트리스(Beltless) 시스템’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엔진의 순수 효율이 극대화되고 연비가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2) 통신 시스템의 혁신 (CAN → 이더넷)
자동차의 통신 시스템이 기존의 두꺼운 배선을 사용하는 CAN(Controller Area Network) 방식에서, 얇은 랜선과 같은 이더넷 통신 시스템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고전압 시스템과 이더넷 통신은 배선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제어 속도를 높여, 내연기관차의 생산 단가를 절감하고 무게를 줄이며 전기차와 유사한 통합 제어 모듈 시스템 구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발전 덕분에 3,000cc급 디젤 MHEV 차량이 연료를 가득 채웠을 때 1,600km에 육박하는 놀라운 주행 거리를 달성하는 등, 내연기관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배출 가스 문제와 효율성이 동시 해결되었습니다.
3. 벤츠와 BMW의 기술 격차: 미션 알고리즘의 승리
독일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BMW가 메르세데스-벤츠보다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핵심 배경에는 ‘ZF 미션’의 빅데이터 우위가 있습니다.
- 벤츠의 고집: 벤츠는 전통적인 고급차의 정체성을 고수하며 미션을 자사에서 직접 설계 및 생산합니다. 이는 벤츠 특유의 주행 감각을 유지하는 데는 유리하나, 데이터 확보에 한계가 있습니다.
- BMW의 영리한 선택 (ZF 협력): BMW는 동력 계통에서 미션을 ZF와 같은 전문 제조사로부터 공급받습니다. ZF는 BMW뿐만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폭스바겐 등 전 세계 수많은 브랜드에 미션을 공급합니다. 이 과정에서 ZF는 매년 수천만 대의 차량에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운행 데이터를 확보합니다.
이 빅데이터는 MHEV, PHEV 등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미션의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최적화하는 데 활용됩니다. 미션의 변속 로직과 엔진 및 모터의 힘을 분배하는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진화하며, 이는 벤츠의 자사 미션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급격한 성능 및 효율 격차를 발생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코너에 몰려있지만 여전히 인류의 미래로서, 기술적 미완성 단계와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급진적인 전환은 어렵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사이 내연기관은 전력 제어 기술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를 혁신하며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 전기차에 올인하는 대신, 검증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내연기관의 기술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당분간 이처럼 치열하게 진화하는 내연기관의 마지막 전성기를 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